1026

김진명 작가가 2010년에 출판한 ‘1026’을 읽었다. ‘1026’은 1979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김재규의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추적한 소설이다. 소설이라지만 김 작가의 폭넓은 자료조사 덕분에 일반 국민으로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 시원하게 해소된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시키는 책이다.

‘1026’이 4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관심을 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박정희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김 작가는 1026의 배후에는 ‘미국’의 군수업체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사드’에서 강조했던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국제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26이 발생한 저녁, 김재규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두가지 행동을 한다. 소설은 이 두가지 행동에 질문을 던진다. 정승화 당시 참모총장을 궁정동으로 불렀다는 점. 그리고 박 대통령을 시해한 다음 짚차를 타고 자신의 아지트였던 남산으로 가지 않고 용산으로 갔다는 점. 이 두 사건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정 총장의 경우, 자신이 함께 식사도 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오랜시간을 기다리게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점들을 추적해 가는 인물이 하버드대학에 법률 연수를 갔던 이경훈 변호사다. ‘사드’에서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경훈의 파트너로 하버드 대학 풍물놀이에서 만난 여자 친구 수연이 등장한다.

사건은 제럴드 현(한국명 현강일)이 조울증으로 사망하기 직전 많은 유산을 수연에게 남기면서 시작된다. 수연의 전화를 경훈이 받도록 부탁했다가 제럴드 현으로부터 경훈은 우연히 1026에 대한 단서를 듣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1026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연관되게 된다.

경훈은 보스턴에 있으면서 일한회사는 에이펙스로펌이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주는 케렌스키 대표가 있었다. 케렌스키는 펜암 103기의 조사를 담당하면서 미국 정보국의 기밀을 알게되고 이에 맞서는 인물로 등장한다.

케렌스키는 경훈에게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필립 최에게 70만달러가 든 가방을 건네 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목갑을 받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게 도착한 경훈에게 비보가 날아든다. 케렌스키가 호수에 배를 타고 나가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사건으로 경훈은 더 깊은 의문에 빠지게 된다.  

이후 더욱 궁금증을 갖게 된 경훈은 캐나다 오세희를 만나고, 김재규 다음으로 중정 2인자였던 김학호 장군을 만나면서 점점 1026의 실체에 접근해 들어간다. 그리고 김재규 정보부장을 담당했던 브루스가 물러난 이후 후임으로 홀리건이라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홀리건과 카를로스와 제임스는 동일인물이었음이 드러난다. 

경훈은 박 대통령 당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미사일 개발팀을 이끌고 있었던 이경수를 알게된다. 전문가 중의 전문가였던 그가 보험회사 부회장으로 있다는 사실이 너무 이해가 되지않아 그를 만났던 것이다. 그로부터 한국의 미사일 개발이 ‘백곰 미사일 사기극’으로 어떻게 끝났는지를 듣게된다. 1026에서는 육사 11기와 미국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줄거리를 이끌어 간다. 

경훈은 1026–>1212–>518에 이르는 과정이 미국이 설계했던 대로  진행된 것이며 이것을 담당할 집단으로 당시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른 육사 11기가 미국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1026’에는 쿠바 피그만사건에 따른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과 이승만 축출계획이었던 에버레디사건, 팬암103기 사건 등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1026에 미국이 관여했다는 증거로 외국인 지도자 암살금지명령을 미국이 두번이나 발표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1976년 포드 대통령이 처음이었고 두번째는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외국인 지도자 암살금지명령을 왜 두번씩이나 발표했을까? 레이건 대통령이 두번째 이를 강조한 것은 자신의 전임인 카터 대통령 시대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즉 카터 재임시 그런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카터가 이를 몰랐더라도 일은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976년과 1981년 사이에 미국이 관여했을 법한 외국 지도자 암살에는 1979년 10월 26일 한국의 박 대통령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026’의 마지막 장면은 경훈과 수연이 한국의 중장정보부에 의해 청와대로 인도돼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는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청와대 문을 나서며 5000년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1026’은 국제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조명해 볼려는 이들에게 좋은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그 주인공의 따님이신 분이 청와대에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반도는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하나 하나씩 모여 훌륭한 나라로 자라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Sto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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